40대 L씨는 4살 아이가 가끔 본인을 똑바로 보지 못하고, 그 증상이 잦아지는 것 같아 안과를 찾았다가 '소아 사시'라는 진단을 받고 심장이 철렁 했습니다. 치료를 받으면 고칠 수 있는 병이라 다행이지만 생각도 하지 못했던 일로 고생할 어린 아이 생각에 마음이 무거웠습니다.
성인이 될 때까지 성장하는 키나 몸무게와 달리 시력은 생후 2~3개월에 급격히 발달해 2~3세가 되면 평균적으로 0.4~0.5정도의 시력에 도달하고, 약 7~8세 정도에 거의 완성 됩니다. 평생 시력을 좌우하는 골든타임을 놓치지 않기 위해서는 6세 이전에 시력발달을 저해하는 원인을 조기 발견하고 치료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눈은 다른 신체부위와 달리 육안으로 이상을 확인하기 어렵고, 말을 할 수 있는 나이가 되어도 눈의 이상을 자각하고 스스로 표현하기란 쉽지 않습니다.
사시 환자의 절반 이상이 소아 사시
국민건강보험공단에 따르면 2011년부터 2019년까지 사시질환으로 진료를 받은 환자 가운데 9세 이하가 전체 환자의 51%를 차지 했고, 비중을 보면 9세 아동이 가장 많았고 이어 6세, 5세 순이었습니다. 또한, 2015년에 비해 2019년 사시 환자가 13.8%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사시'란 두 눈이 바로 정렬되지 않고, 서로 다른 지점을 바라보는 눈 운동 장애입니다. 이러한 사시가 소아기에 나타나는 경우 '소아 사시'라고 합니다. 소아 사시의 발병률은 약 2%이고, 영아 사시는 6개월 이전에, 안구가 원시를 극복하기 위해 조절하면서 발생하는 사시인 조절내사시는 18개월 경 나타나며, 한 눈 또는 양 눈이 교대로 가끔 바깥으로 돌아가는 간헐외사시는 3~4세 전후에 나타나기 시작합니다. 사시의 원인은 정확히 알려져 있지 않지만 두 눈을 바로잡기 위한 융합력의 이상, 눈 근육이나 안와내조직의 구조적 이상, 조절에 따른 눈모음 이상 등으로 추정됩니다.
소아 사시의 신호들
소아 사시는 성인보다 흔합니다. 성장하면서 나아지는 경우가 많기 때문인데요, 성장이 충분히 되지 않아 사시처럼 보이는 '가성내사시'가 이 같은 경우입니다. 어린이들은 콧대가 낮고 안쪽 눈꺼풀의 피부가 두꺼워서 안구의 안쪽이 가려져 있기 때문에 눈이 바르게 정렬됐는데도 눈이 안쪽으로 몰려 보이기도 합니다. 사시는 외관상 보기가 좋지 않을 뿐 아니라 어릴 때 시력 발달이 충분히 되지 않아 최종 시력이 나쁠 수 있습니다.
실제 소아 사시일 경우 다음과 같은 증상들이 나타날 수 있습니다.
- 밝은 햇빛을 보면 한쪽 눈만 찡그린다.
- 자주 눈을 비비거나 깜박거린다.
- 고개를 기울이거나 옆으로 돌려서 본다.
- 아침에 일어난 직후나 피곤할 때 한 눈의 초점이 맞지 않는다.
- 눈이 자주 충혈되거나 잘 넘어진다.
- 눈동자가 자꾸 떨린다
- 눈의 초점이 어딘가 이상하다.
- 물체가 두 개로 보인다.
소아 사시 치료는?
소아 사시의 경우 무엇보다 조기 진단을 통해 치료를 받는 것이 중요합니다. 소아 사시가 의심된다면 안경이나 수술로 치료할 수 있습니다. 사시 종류에 따라 치료법이 다른데요, 원시 때문에 발생하는 조절성 내사시라면 원시용 안경으로 치료 가능합니다. 하지만 눈이 바깥으로 돌아가는 간헐성 외사시라면 사시가 나타나는 빈도와 눈이 돌아가는 정도, 증상 등을 판단해 수술합니다. 사시 수술은 안구의 외안근 일부를 절제하거나 위치를 안구 뒤쪽으로 옮겨 눈동자의 움직임을 정상화합니다. 수술해도 약 30%는 재발할 수 있어 교정 안경을 착용하고 정기검진을 받는 등의 사후 관리에 소홀하지 않아야 합니다.
스마트폰과 소아 사시
어린이들은 갑자기 시력 변화가 일어날 수 있습니다. 장시간 집중해서 스마트폰으로 영상을 시청하면 성인에게도 조절 피로가 오기 쉽죠. 30~40분 정도 스마트폰 영상을 시청한다고 했을 때 5~10분 정도는 스마트폰 사용을 자제하고 눈을 쉬게 해주어야 합니다. 지난 4월 스마트폰을 장시간, 가까운 거리에서 사용하면 눈이 모인 상태가 유지되면서 눈 안쪽 근육인 내직근이 강화되어 내사시를 유발할 수 있다는 연구 결과가 나오기도 했는데요. 스마트폰 부작용으로 인한 급성 내사시는 명확한 것은 아니지만 안구 건강을 위해 과도한 스마트폰 사용은 피하는 것이 좋습니다.
어린이들은 적절한 시기에 정기적인 안구 검진이 필요합니다. 건강한 눈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TV는 3m 이상 떨어져서 시청하도록 하고, 무기질과 비타민이 고루 함유된 균형 잡힌 식습관을 가지고, 숙면을 취하는 것이 도움이 됩니다. 일찍 자고 일찍 일어나는 기본 수칙을 지키는 것이 눈건강에 도움이 된다는 사실도 잊지 마시기 바랍니다.